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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다(Yam, 얌) 1

by 아하바 2020. 5. 21.

1928년, ‘라스 샤므라’라는 곳에서 한 농부가 밭을 갈다가 우연히 한 고대 무덤을 발견하였습니다. 1929년, 프랑스 고고학자인 Claude F.A. Schaeffer가 본격적으로 그곳을 발굴하면서부터 그 지역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발굴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수없이 많은 서판들을 발견하였는데, 그 서판들이 바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우가릿 왕국의 찬란함을 이 세상에 알린 라스 샤므라(Ras Shamra) 서판이었습니다. 이 서판에는 후기 청동기(1550‐1200 BC) 시대의 가나안의 문학, 문화와 종교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풍성한 내용들이 우가릿어로 잘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이 우가릿어 서판들의 발견으로 말미암아 성서학에서는 새로운 지평이 열렸는데, 서부의 셈족어 즉 우가릿어, 히브리어, 포에니어의 밀접한 연관성 때문입니다.

 

 

 

우가릿 서판, 출처 BA Vol.28 1-4 (1965)

 

오늘 우리의 주제는 바다를 가리키는 히브리어 얌(yam)입니다. 유대인들은 천연적으로 물이 고여 있는 곳, 일테면 바다, 호수, 만 등을 모두 “얌”이라고 합니다. 우가릿어에도 바다를 나타내는 단어가 있는데, 역시 히브리어와 같은 어근 얌(ym)입니다. 우가릿 서판의 처음 시작은 신화적인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그 서판에서 우리의 관심사인 얌(ym)이 거론되는데, 신의 한 일원으로 등장합니다. 이 서판에서는 바람의 신이면서 폭풍의 신이기도 한 바알이 주인공입니다. 주연 바알이 조연 얌과 더불어 싸웁니다. 치열한 전투의 결말에서는 주인공 바알이 승리를 쟁취하게 됩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바다의 신인 얌이 신들의 아버지인 엘(El)의 승인으로 왕으로써 통치하고자 한다. 얌은 신들의 회합에 자기의 메신저들을 보내어 바알이 얌에게 권력을 이양하기를 명령한다. 그러나 바알은 그 선포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바알은 그것을 거부하고 얌을 공격하기에 이른다. 대장장이는 바알에게 승리를 약속하고 얌을 정복할 수 있도록 그를 위해 무기들을 만들어 준다. 그 무기들을 가지고 바알은 바다의 왕인 얌의 머리를 쳤다. 얌은 패하고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스다롯은 “얌이 정말로 죽었구나. 바알이 왕이 될 것이다”면서 바알의 승리를 기뻐하였다”

 

위의 우가릿 서판 내용에서 보듯이 얌은 단순한 바다가 아닌 하나의 힘으로 등장합니다. 바다, 큰 강을 다스리는 왕인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하고자 하는 것은 가나안 땅에 살고 있었던 고대 사람들의 얌에 대해서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얌”은 “바다”이기도 하면서 “바다의 신”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마치 ‘포세이돈’이 그리스 문화권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바다의 신인 것처럼.

 

그렇다면 유대인들은 얌(바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첫째로, ‘얌’은 출애굽 사건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하는 여호와의 도구’로써 등장합니다. 모세가 바다 위로 손을 내미니 바닷물이 갈라졌고(출14:21), 모세가 다시 손을 바다 위로 내미니 바다의 세력이 회복하였고(출14:27), 이집트의 군대는 바다에 덮혀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출14:28). 그렇게하여 여호와께서는 이스라엘을 애굽 사람의 손에서 구원하셨습니다(출14:30). 그리하여 모세, 미리암, 이스라엘 백성은 바다의 노래를 부릅니다(출 15:1‐21).

 

둘째로, ‘바다’는, “강”과 “깊은 물” 혹은 “깊음”(tehom)과 함께 ‘저 너머의 세계, 혹은 지하 세계에 대한 개념’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나 주 여호와가 말하노라 그가 음부에 내려가던 날에 내가 그를 위하여 애곡하게 하며 깊은 바다(tehom)를 덮으며 모든 강을 쉬게 하며 큰 물을 그치게 하고..”(겔31:15)

 

셋째로, ‘하나님을 대적하고, 하나님의 백성들을 대적하는 세력’으로 인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혹은 하나님의 선민을 대적할 때는 어김없이 바다의 거하는 악어, 괴물, 용, 로탄, 라합, 리워야단과 같은 이미지를 붙였습니다. “그 날에 여호와께서 그 견고하고 크고 강한 칼로 날랜 뱀 리워야단 곧 꼬불꼬불한 뱀 리워야단을 벌하시며 바다에 있는 용을 죽이시리라”(사27:1) 다음 구절에서 바다의 악어는 곧 이집트입니다. “너는 말하여 이르기를 주 여호와의 말씀에 애굽 왕 바로야 내가 너를 대적하노라 너는 자기의 강들 중에 누운 큰 악어라”(겔29:3) “애굽 왕 바로에 대하여 애가를 불러 그에게 이르라 너를 열국에서 젊은 사자에 비하였더니 실상은 바다 가운데 큰 악어라(겔32:2)

 

넷째로, 그러므로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던 것입니다. 우가릿 서판에서 등장하는 얌이 극악무도했던 것처럼, 일반 유대인들은 얌에 대해서 가지는 생각은 무시무시하고 두려운 존재였던 것입니다. “여호와의 파도와 물결이 나를 엄몰하도소이다”(시42:7) “주께서 나를 깊음 속 바다 가운데 던지셨으므로 큰 물이 나를 둘렀고 주의 파도와 큰 물결이 다 내 위에 넘쳤나이다”(욘1:3)

 

리워야단, 출처 BA Vol.11 1-4 (1948)

때때로 성경 저자들은 인생의 큰 위기를 만났을 때에 이런 무시한 바다가 자기를 공격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불의의 창수가 나를 두렵게 하였으며”(시18:4) 이런 표현은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를 했는데 예기치 않게 금융 사고를 만나 당황스러워 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사업 중에 사기를 당해 큰 수렁에 빠져 있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 분도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불의의 창수가 나를 두렵게 하였고, 바다의 리워야단이 나를 덮친 것입니다. 그러나 크고 작은 파도가 나를 덮쳤어도, 불의의 창수가 나를 두렵게 하여도, 바다의 리워야단이 나를 공격하여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바다, 바다의 용, 리워야단도 하나님의 명령 한번으로 잠잠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바다의 흉용함을 다스리시는 창조주이십니다.

 

“여호와 만군의 하나님이여 주와 같이 능력 있는 이가 누구리이까 여호와여 주의 성실하심이 주를 둘렀나이다 주께서 바다의 파도를 다스리시며 그 파도가 일어날 때에 잔잔하게 하시나이다” (시89:8‐9)

“주께서 주의 능력으로 바다를 나누시고 물 가운데 용들의 머리를 깨뜨리셨으며 리워야단의 머리를 부수시고…”(시74: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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